| " 네?! 그것이 사실이옵니까? "
막 잠에 빠져들려는 소랑은 급작스레 그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별뜻없이 내뱉은말에 그녀가 이토록
반응을 보일줄 몰랐다는듯, 그는 약간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아팠냐는듯, 맑은 두눈을 반짝이며 뽀얀 얼굴에 홍조가 돌며 다시금 물음을 재촉하는 그녀를
보던 그는 한순간 멍해졌다.
여지껏 수많은 절세미인들을 봐온 터라, 이 풋내나는 어린공주를 그저 철없는 꼬맹이로 여기던 그였다.
처음 그녀가 진(振)나라에 왔을때가 열다섯, 그는 그때 스물넷이었으니 충분히 그럴만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어떤가, 고작 2년이 지났다고 제법 여자답게 자라나기 시작했으니 그런 소랑이
귀엽기도하고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런생각이 드는 그자신이 의문스러웠다.
왜, 도대체 왜
수많은 미인들의 꿀발린 놀음사이에서도 절대군주로서의 평정을 잃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새삼스럽게 이 어린공주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생소하고 또한 불쾌했다.
이런 그의 마음을 전혀 눈치챌리 없는 소랑은 지금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원이 멸망하고 무지막지한 진나라 오랑캐들에게 눌려산것도 2년이었다. 그사이 원나라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만을 바라고 바랬던 소랑이었기에 지금 이소식이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웠다.
' 아버지, 제가 반드시 천한 진나라 오랑캐들을 몰아내고 이땅에 원을 다시 부흥시키겠습니다.'
굳게 다짐하는 소랑의 총명한 두눈이 희망으로 반짝였다.
※ 황 제 죽 이 기 ※ 3
" 소랑아씨, 괜찮으세요?! "
아까보단 개운해졌다해도 완전히 나은것은 아니었나보다. 그래도 원나라 백성들 소식에 한결 기분이
좋아진 소랑은 걱정되는 얼굴로 부축해오는 윤이를 향해 싱긋 웃었다. 윤이는 소랑이 처음 진나라로
왔을때 황제가 특별히 명한 소랑의 시녀이자 친구였다. 진나라에 와서 유일하게 얻은 마음을 터놓을
벗이었던 것이다.
" 아휴, 소랑아씨 옷이 이게 뭐에요! 얼굴도 그렇고, 대체 어딜 다녀오신거에요?!! "
" 윤아, 목소리 좀 낮추거라 머리가 어지럽구나. "
" 아, 죄송해요 아씨, 따뜻한 물에 욕간하시면 나아지실거에요. 어서 가세요 !! "
소랑은 미안한듯 웃고는 수다스럽게 재촉하는 윤이를 따라 욕간을 하고 옷을 갖춰 입고는
한결 개운해진 몸으로 서향재(西香)의 취운각(聚韻閣)에 들어섰다.
한때는 황제의 휴식공간으로 쓰였던 곳이었다. 조용한 분위기와 운치있는 연못을 비롯하여
짙푸른 녹음을 배경으로 세워진 서향재는 이름만큼이나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황제에게
적대적인 소랑에게는 거북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었다.
그렇기에 서향재의 고풍스럽고 안락한 공간을 조종면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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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내버려두고 유일하게 황제의 손길이 닿지않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취운각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었다.
" 꺄아아!! 아가씨-!! "
한적하기 이를데 없는 취운각에 갑작스런 윤이의 비명소리가 커다랗게 울려퍼졌다.
들고있던 소반을 발밑에 떨어뜨린채 멍하니 소랑을 지켜보는 윤이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굳어졌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소랑은 무예연습을 하고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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