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윤님, 주무십니까?”
하녀가 부르는 소리에 기윤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하녀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소렌이 과일과 차를 담은 쟁반을 들고 있었다.
“소렌, 야식입니까?”
“네, 오늘 싱싱한 카롭이 들어와서 가져왔답니다.”
“아, 고마워요. 나중에 알아서 먹을 테니까 거기 두고 이제 들어가 쉬세요.”
기윤이 힘없이 대답을 하자 소렌은 별 말 없이 쟁반을 탁자 위에 올려두었다. 웃는 인상이 서글서글한 소렌은 곧바로 나가지 않고 허리를 펴고 서서 기윤을 바라보았다.
“기윤님, 주제넘은 말이지만 한 마디 올리겠습니다.”
“소렌?”
“현재 후궁 내에서 황자마마의 총애를 독차지 하는 분은 누가 뭐래도 기윤님이십니다. 자신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내일 밤은 분명 황자마마께서 기윤님을 찾으실 겁니다.”
“?!”
기윤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을 보며 소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누가 삿된 입을 놀려도 그가 이그라임 황자의 총애를 받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그라임 황자가 나머지 11명의 후궁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다들 쟁쟁한 귀족 가문의 아가씨들이기 때문이다. 황자는 열흘에 한 번꼴로 양천구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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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의 처소를 찾지 않는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기윤이 힘이 없는 이유를 넘겨짚은 소렌은 격려의 말을 했다. 자신이 모시는 상전이 황자마마의 총애를 받는 편이 좋았다. 남자라는 약점도 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기윤을 찾으니, 기윤을 모시는 하인들이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다. 게다가 기윤은 매우 좋은 상전이었다. 성격도 소탈하고 출신 때문인지 아랫것들에게 과분하리 만큼 신경을 써 준다. 얼마 전엔 처소에서 일하는 하녀들에게 금팔찌를 모두 선물해 준 적이 있다. 부러 주문한 듯한 아름다운 팔찌에 다른 처소의 하녀들이 부러워했었다. 그 때문이라도 소렌은 기윤이 황자로부터 오래도록 총애을 받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기윤이 원하는 격려는 아니었다. 기윤은 대꾸할 기력도 없이 피식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힘이 없는 이유는 따로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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