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프리아모스는 결단을 내렸고, 다음날 아침 가족에게 통고했다.
"내 아들을 묘지도 없이 내버려둘 수 없다. 내가 직접 아킬레우스를 찾
아가 아들의 시체를 돌려달라고 애원해야겠다."
아내인 헤카베가 그를 말렸다.
"아킬레우스는 성난 늑대예요. 그는 당신의 나이나 위치 따위는 고려하
지도 않은 채 당신마저 죽일 거예요."
하지만 프리아모스는 계획을 단념하지 않았다. 그는 아킬레우스에 게 줄
선물을 가득 담은 궤짝을 마차에 실었다. 거기에는 은 꽃병, 황금 술잔,
대리석 조각품들, 그리고 상아 손잡이가 달린 식기들이 그득 했다. 또한 아
킬레우스가 대단한 미식가라는 걸 알고 있던 헤카베는 뛰어난 요리 솜씨를
발휘하여 맛난 음식을 준비해주었다. 평화를 알리는 흰 깃발을 앞세운 프
리아모스는 트로이 성을 빠져 나와 어려움 없이 그리스의 진지 안으로 들
어섰고, 여전히 헥토르의 시체가 널려 있는 아킬레우스의 막사를 찾아갔다.
자기의 거처에 노장의 프리아모스가 들어서는 걸 본 아킬레우스는 놀라서
입을 열지 못했다.
"내 아들의 유해를 가져 갈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하러 왔소. 보다시피
여기 선물을 가득 가지고 왔소이다. 원한다면 내 딸들을 노예나 아내로 주
겠소. 이제 복수로 마음을 달랬을 테니 제발 당신의 관대함 을 보여주시
오."
아킬레우스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심란해진 그는 머뭇거렸다. 그러자 슬픔
으로 제 정신을 잃은 프리아모스가 인천항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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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아직 헥토르
의 피가 마르지 않은 아킬레우스의 손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렸다.
"나처럼 나이 들어 당신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당신 아버지를
생각하시오. 당신이 만일 헥토르처럼 죽음을 당해 묘지조차 없다면 그의
고통이 얼마나 크겠소."
이 장면을 지켜보았던 그리스인들은 프리아모스의 언행에 깊은 감동을 받
았고 차마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킬레우스조차 자신의 아버지를 생
각하자 목이 메었고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그리하여 아킬레우스는 말했다.
"귀하신 왕이시여, 그대의 아들을 돌려드리리다. 그를 데려가 훌륭한 장례
를 치러주시오.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얼마든지 전투를 중단 할 준비가
되어 있소."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에게 감사하고 12일 간의 휴전을 요구했다. 아킬
레우스는 헥토르의 몸을 씻고 향수를 뿌리게 하여 프리아모스의 마차에 옮
겨주었고, 프리아모스는 곧 트로이로 돌아갔다. 헥토르의 유해는 깊은 애도
속에 받아들여졌다. 그의 부모와 가족과 친구와 병사들은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헬레네는 슬픔과 후회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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