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죽었다. 어버지를 제대로 묻고 싶다. 어버지는 적반병
으로 죽은 것이 아니어서 아무도 병에 전염될 염려는 없었다. 다만
뼈가 부스러져버려 가누기 어려울 뿐이었다. 제대로 매장한다해도
문제될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마을사람들 중 누구도 장례준
비에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조니는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슬픔에 빠져
있을 수가 없었다.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했다.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말가운데 가장 빠른 윈드스프리터를 타고 가파
른 샛길을 통해 평원으로 내려왔다. 다섯 마리의 들소를 산속의 초
원에까지 힘겹게 몰아올린 후, 그 가운데 가장 큰 소를 장례용으로
잡았다. 바베큐용 불을 피워 놓은 다음 고기요리는 큰 어머니 엘렌
에게 부탁했다.
큰어머니는 조니가 부탁하는 것을 못마땅해 했다.
"내 돌칼 중에서 가장 잘 드는 칼이 부러져버렸어. 이젠 소 껍질
을 벗긴다거나 고기를 잘라 다듬는 일은 할 수가 없게 됐다. 게다
가 요즘 사내들은 전혀 장작을 마련해주지도 않잖니?"
조니 굿보이는 벌떡 일어나서 큰어머니를 내려다보았따. 육 피트
나 되는 그이 큰 키는, 건장한 성인들보다 머리 하는 더 켰고, 근
육질인 몸은 스무 살의 터질 듯한 젊음과 정열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푸른 눈동자는 깊고 투명했다. 조니는 말없이 우뚝 선
채로 엘렌 큰어머니를 내려다보았다.
한순간 바람이 불어와 그의 황금빛 머리칼과 수염을 휘날리게 했
다. 엘렌 큰어머니는 그의 당당한 중대동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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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에 압도되어 나무들을 주섬
주섬 모으고 새 돌칼을 마련하여 장례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조니는 엘렌 큰어머니가 까마득히 아래쪽에서 연기에 휩싸인 채
부지런히 고기 굽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마을은 이제 죽어가고 있었다. 삶의 활기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조니가 본 최후의 장례식은 스미스 촌장이 죽었을 때였
다.
그의 나이는 다섯 살이었다. 노래와 설교와 연회, 그리고 마지막
순서는 달빛 아래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스미스 촌장은 흙구덩이
속에 눕혀지고, 그 위에 흙이 덮어졌다. 십자가의 묘비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그나마 격식을 갖춘 엄숙한 장례식은 그것이 마지
막이었다.
요즘에는 사람이 죽으면 연못 아래쪽에 있는 바위투성이의 골짜
기에 던져버릴 뿐, 뒷일은 코요테에게 맡겨버리고 있었다. 그러나
조니는 절대 그렇게 잔인한 짓은 할 수 없다고 스스소 결심을 굳혔
다. 아버지의 시신을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
조니는 날렵하게 몸을 돌려 윈드스프리터에 훌쩍 올라탔다. 조니
의 굳은 맨발에 채이자 말은 법원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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