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II 지상장갑차가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구태의연
한 정책의 소산이었다. 그것은 회사의 경직된 비품할당 정책의 결
과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제1은하계와 제1혹성의 사무원들은
모든 사항에 대해서 완전한 정보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면서 이
거대한 혹성, 상업제국의 전초기지에 끊임없이 지시와 명령을 내리
고 있었다.
타르는 페이스 마스크와 호흡가스 탱크를 옆의 사격수 자리에 놓
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꺼칠꺼칠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얼마
나 유쾌한가! 이 낡은 자동차는 윤활유를 잔뜩 넣어준 굴착기처럼
신나게 달리고 있다. 길이 삼십 피트, 높이 십 피트 정도의 소형차
지만 지상을 저공으로 날아다니는 날개 없는 새처럼 활주한다. 차
의 외장은 치밀한 계산에 의해 설계되어 있어서, 적의 미사일이나
어떤한 공격도 일정한 각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미사일도 관
통할 수 없는 유리창은 지상을 잘 살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뿐
인가! 무서운 힘을 토해낼 수 있는 총구는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
비록 내부 장식들은 낡고 군데군데 찢겨져 있지만 고향의 모습, 고
향의 색깔인 아름다운 자줏빛으로 꾸며져 있다.
타르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닷새 분의 제트연료와 호흡가
스, 그리고 십 파운드나 되는 배낭에는 닷새 분의 식량이 들어 있
었다. 그는 자신의 서류함에서 불필요한 서류들을 모조리 처분해버
리고 그의 새로운 임무인 '긴급사태'에는 손도 안 대고 있는 대신,
동굴분석용 비디오 페코더를 차용하여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고 있
었다. 이것의 기능을 조작하여 다른 목적에 사용한다면 굉장한 성
과를 얻게 될 것이다.
그는 드디어 자신의 수렵여행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 무료하고
따분한 이 혹성에서의 보안부장 생활도 인창동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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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잠시 떠나는 것이었
다. 지구는 아무리 보다 야심적인 보안부장에게 송진과 출세의 기
회를 제대로 제공해줄 것 같지 않았다. 근무지가 지구로 결정되었
을 때, 타르는 뒤통수를 한방 얻어맞은 듯했다. 그는 자신이 도대
체 어떤 실수를 저질렸는가를 생각해보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를 모욕했던 것일까? 아니면 스캔들에 휘말려든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보고 둘러보아도 그런 일은 절대 없었기 때
문에 스스로 안심했다. 그는 아직도 젊었다. 사이클로인의 평균수
명은 백아흔 살인데, 타르가 지구로 발령받았을 때는 불고 서른아
홉 살이었다. 그 나이에 보안부장으로 임용, 파견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었다. 젊은
나이에 부장이 되었다는 것은 기록에 남을 일이고, 이번 근무를 마
치고 돌아가게 되면 회사도 그의 공로를 참작해줄 것이라고들 했
다. 페이스 마스크 없이도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혹성에는 좀더
나이먹은 사이클로인이 가는 법이라고 인사담당자가 덧붙여 말해주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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