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이 가까워오면서 진흙이 마르기 시작했다. 죽은 쥐들이 한쪽
구석에 떠내려가 있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타는 듯한 갈증
을 달래줄 물이 필요했다. 조니는 진흙탕이 되어버린 바닥을 내려
다보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물은 마시고 싶지 않았다.
조니는 처첨한 기분으로 앉아 있었다.
괴물은 문 앞에 멈춰 서서 우리 안을 들여다 보았다. 손에는 금
속제 물건을 든 채 진흙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니는 잠시 동안 진
흙속에 앉아 있는 자신을 보고, 이 속에서는 잠을 잘 수 없다는 것
을 어떤 방법으로 이해시킬까 고심했다. 그러나 이미 괴물은 돌아
가버렸다.
놈이 돌아올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괴물은 다시 나
타났다. 역시 금속제 물건을 들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흔들거리는
거대한 테이블과 의자도 함께 가지고 왔다. 괴물은 그것들을 들고
작은 문을 통과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마침내 우리 안으로 들여놓
았다. 그는 테이블 위에 금속제 무건을 올려놓았다. 그 거대한 의
자기 자기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완전한 오해였다. 괴물
은 의자를 테이블 옆에 놓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의자의 다
리가 진흙 속에 깊이 박혔다.
괴물은 역시 묘하게 금속제 물건을 가리키면서 두 권의 책을 테
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조니는 재빨리 책에 손을 뻗쳤다. 두 번 다
시 그 책을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괴물은 조니의 손
을 가로막고 금속제 물건을 가리켰다. 그 물건은 사우동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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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장치인 듯했
다. 그 뒤쪽의 자루에는 직경이 두 뼘 정도 되는 원반 몇 개가 들
어 있었다. 괴물은 원반 하나를 꺼내서 바라보았다. 중앙에는 구멍
이 뚫려있었고, 구멍 둘레에는 야릇한 선들이 무수히 그려져 있었
다. 괴물은 원반을 기계 위에 올려놓았다. 조니는 항상 그를 경계
하고 있었다. 괴물은 하는 짓마다 교활하고 수상했다. 그동안의 시
행착오를 통하여 알 수 있었다. 앞으로 그가 할 일은 차분한 자세
로 잘 살펴보고 배우는 것, 그리고 기회를 봐서 탈출하는 것이었
다.
그 기계의 앞면에는 창 두 개와 레버가 있었다. 괴물은 창들을
가리킨 다음 레버를 밑으로 내렸다. 조니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
게 뒷걸음을 쳤다.
기계가 말을 했던 것이다. 새벽이슬처럼 맑은 목소리로,
"실례합니다만...."
괴물이 레버를 위로 올리자 기계는 말을 중단했다. 조니는 조금
더 뒤로 물러났다.
괴물이 다시 레버를 내리자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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