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도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한테 전화 걸려던 참이야. 육 일날 버지니스 클럽의 입장권을 두 장
구했거든, 오지 않을래?
그래, 갈게. 그녀가 대답했다.
11월 6일 저녁, 유리는 그녀를 만나러 왔다. 긴 청록색 이브닝 드레스에
희미한 진주장식을 검은머리에 단 그녀는 정말 숨막힐 듯 아름다워서 마치
딴 세계에서 온 여자 같았다. 오직 부끄러운 듯한 미소만 낯이 익었다. 그
미소는 누구를 위해 자기가 그렇게 꾸몄는지를 아는가 하고 묻는 것 같았
다.
그녀는 주방문을 열었다.
열 시까지는 자리에 누워, 블라들렌.
응. 블라들렌은 창턱에 뭔가를 쌓고 있었다.
식들은 다 어디 갔지? 그녀에게 코드를 입혀 주며 유리가 물었다.
아빠는 크라마토르스크에, 그리고 엄마는 랴잔에 계셔.
놀러 가신 거야?
아빤 휴일에는 늘 공장들을 돌아보시거든, 그리고 엄만 강연이 있어.
그녀는 긴 드레스를 코트 안으로 추스르며 웃었다.
드레스가 길면 좀 불편해.
그들은 운이 좋았다. 자동차 한 대가 어느 집에서 막 빠져 나오는 데 레
나가 우연히 운전사를 알아봤고, 그 운전사가 그들을 태워 준 것이다. 중
년쯤 돼 보이는 그는 고급 관리들의 운전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자기 직업
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레나에게는 사근사근했지만 유리에게는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사실 유리는 그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대
신에 댄스가 끝나면 레나를 집에 데려다 주어야 할거라는 생각에만 몰두해
있었다. 자동차 뒷좌석의 부드러운 풍덕천동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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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 위에 그녀와 함께 앉아 있다는 사
실이 그를 자극했다. 그러나 그를 더욱 흥분시키고 가슴 뛰게 만든 것은
오늘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에겐 아는 여자가 꽤 있는 편이었지만 이런 여자는 처음이었다. 이웃
의 세탁소 여인, 교정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아버지와 함께 방문한 마을
의 아가씨들. 그들과 같이 있으면 모든 게 더욱 따분했다. 그들은 어떻게
자신을 돌봐야 하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
지 책임을 져야 할 유일한 사람이었다. 사실 부쟈긴의 딸과 논다는 건 위
험한 일이었다. 다른 사람이 유리의 입장이라면 결국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하겠지만, 유리는 그와 같은 엄청난 도약이 두려웠다. 레나를 원하는 타입
의 아내로 만들 자신이 있을까? 그는 그의 가족 말고 낯설고 적의에 찬 그
녀의 가족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기다려야 했다. 그는 변호사가 되어
자립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만일 그가 레나와 결혼한다면, 그는 그
녀의 마차를 얻어 타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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