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는 방에 가서 앉아 계십시오. 청년이 말했다. 그 말투에는
평소 그녀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었던 관료적인 단조로움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들에게 해를 끼칠 만한 행동이라도 한 것처럼 겁먹은 표
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있는 대로 다 바닥으로 끄집어내릴까요? 사샤는 비아냥거리듯이 물었
다.
선반에 있는 책들을 뒤적이던 청년이 놀라운 표정으로 뒤를 돌아다봤지
만 입을 열지 않았다.
방에 가서 앉아 계세요. 사샤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녀는 머리를 더욱 세차게 흔들더니 청년의 널찍한 등짝을 흘깃 쳐다보
고 그녀의 방으로 갔다.
저들은 혹시 솔츠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알 리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
야 감히 여기 와서 이런 짓을 할 수 있겠는가? 기계장치 속에서 톱니가 하
나 잘못 물린 게 분명했다.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 이런 오해가 인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법이다.
청년이 사샤에게 찬장을 열고, 자켓 호주머니에 든 것을 다 꺼내 놓으라
고 명령했다. 주소와 전화번호가 빽빽이 적힌 수첩이 이제 책상 위에 놓여
졌다. 청년은 빠진 게 없나 방안을 둘러보더니 부발읍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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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밑에 있는 가방을 발
견하고 사샤에게 그것을 열라고 말했다. 그것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양심적인 공복으로서 자기에게 맡겨진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고 있
었다. 만일 당이 사샤를 게페우 보안국에 배치하고, 특정인을 수색하고 체
포하는 일을 맡긴다면, 그는 똑같은 방식으로 그 일을 정확히 수행할 것이
다. 비록 그가 체포하려는 사람이 결백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런 종류
의 일에는 실수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인 인정 따위는 덮어두어야
한다. 그는 사샤 자신이 조정위원회에서 한 것처럼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것이다. 한동안 그 사람에게 자기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옆방으로 갑시다. 청년이 말했다.
어머니는 손으로 머리를 붙들고 서랍장에 기대로 있다가 그들이 들어오
는 걸 곁눈질로 보았다.
어머니, 여기 온 동지들이 어머니 방을 좀 보고 싶대요. 어머닌 앉아
계세요.
그러나 그녀는 그대로 서서 청년이 다가올 때까지 미동도 안 했다.
서랍장 위에는 사샤와 마르크, 그리고 누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몇 장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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