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아일랜드, 야구
할래?" 바로 그 아나치노가 나를 야구 천국으로 초대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백 살까지 살
아도 그보다 더 기쁜 날은 다시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 나는 금세 시무룩해지는 여동
생의 얼굴을 보고 말았다. 로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를 보고 짐짓 씩씩하게 웃어주더니
돌아섰다. 하지만 로라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쟤 왜 저래? 남자들 야구하는데 여자애
는 절대로 낄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말이야. 그리고 어쨌든 아나치노가 원한 건 나
잖아.'
아, 그러나 순간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남들이 뭐라 건 상관하지 말라던 엄마. 로라와
함께 한 지난 2년, 서로의 까진 무릎과 멍든 눈에 조의를 표하던 순간들, 러슬필드에서 땀범
벅 흙범벅이 되어 돌아오다가 이탈리아 사람들 옆을 지나칠 때면 같이 고개를 높이 치켜들
던 순간들, 잘 치면 으스대고 못 치면 고민했던 순간들도 휙휙 스쳐갔다. "할거야, 말거
야?" 아나치노의 다그침과 동시에 엄마 말씀도 다시 한번 귓전을 울렸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다 잊어버리고 중요한 게 뭔지만 기억하렴. "됐어." 아나치노에게 한마디 내뱉
은 나는 로라한테 공을 던졌고 로라는 한 손으로 공을 받았다. "로라야, 가자." 그러자 못
마땅한 얼굴의 아나치노가 이렇게 말했다. 부평동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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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알았어 임마. 걔도 같이 붙여. 야구 좀 하
던데." 그건 기적 이상이었다. 천하의 아나치노가 방금 여자애를 동네 야구단으로 부른 것
이다. 로라와 나는 멍하니 선 채 서로를 쳐다보며 한쌍의 백치처럼 웃어댔다. "할거야, 말
거야?" 아나치노는 여전히 아나치노였고 우리는 여전히 '아일랜드'였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는 모두 한 팀에서 뛰게 된 것이다. 마이크 헤이즈
"사낭해오 마마"
나는 스스로를 1960년대에 어른이 된 내 동료세대와 조금 다르다고 믿었다. 당시만 해도
전통적인 결혼이 가져다주는 영원한 행복을 숭배했던 전 세대의 가치관이 만연해 있었다.
그에 맞서 여성해방을 요구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브래지어를 태워가며 투쟁하고 있었다. 나
는 그 때 이미 젊은 여성으로서의 새로운 꿈을 실현했다. 그것은 바로 직업과 독립이었다.
내 직업은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는 판에 박힌 사무직이 아니었다. 나는 부통령 휴버
트 험프리의 개인보좌관으로 활약했다. 내 생활은 흥미진진한 백악관과 워싱턴 정가를 중심
으로 펼쳐졌다. 아프리카와 이스라엘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대도시 출장을 일상으로 삼았던
나는 28살에 출세한 미주리 촌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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