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내 모습이라니...>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거울엔 마른 마뭇가지 위에 젖은 빨래를 널어 놓은 형체의 전연 낯선 모습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좀 나아진 것이 그 모양이었다. 나는 그 동안 내내 침대에
누워서 간호사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그러다가 오늘은 용기를 내어
오랜만에 아주 천천히, 그러나 여전히 발끝으로 걸어 샤워장이 있는 곳까지 갔다가
우연히 거울 옆을 지나게 된 것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내 체중은 여전히 39킬로그램이었고
식욕부진도 여전한 상태였으므로 이런 모습이 당연한 것인데도 나는 다시 실망에
떨어졌다. 다음날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내 흉칙한 모습을 보지 않을 테고 나 또한 모든 것이 괴물처럼 일그러져 보이는 것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까닭인지 나는 어느 순간 일어나 앉아
있었다. 미스 웬들이 홀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끔찍하게 일그러뜨린 채
사나운 짐승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내게 팔달로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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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깨달음이 왔다. '그러니까
나는 나아야만 돼. 나를 붙잡고 있는 이 세계에서 어서 빠져나와야 하는 거야'
그러자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공포와 싸웠다.
나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웠다. 이 생각들은 너무나도 빨리 스쳐 지나갔고
나는 다시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힘이 나를 다시 일으켜 앉혔으므로
일어나 앉아 방을 둘러보았다. 몸이 오실오실 추워왔다. 붉은 그림자가 방을
가로질러 지나갔다. '나는 이 방이 싫어. 그렇지만 내 힘으로는 이곳을
빠져나갈 수도 없다. 사람들은 죽어야 지옥에 간다고들 하지만 여기가 바로 지옥인
것이다. 나는 여길 빠져나가야만 한다. 하지만 나갈 수 있을까?' 나는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기도했다. <사랑하는 하느님, 저를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나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생각다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간호사들이
늘상 말하는 미친 사람들의 끔직한 <다른 세상>에 빠져 처우적거리고 있는 것이고,
지금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문득 어느 간호사가
해준 충고가 생각났다. <네가 조금만 운동을 할 수 있어도 훨씬 좋아질텐데..>
모든 것이 조금 더 분명해졌다.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하고
자문해보았다. 대답은 즉시 왔다. '나의 상태는 아주 나쁘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이 길에 주저앉아 있으면 안 된다. 선택이 있을 수 없다. 나는 이 병과
싸워야만 한다. 이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작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뭄을 조금씩 움직여
보는 거야... 손으로 무엇을 하게만 된다면 나는 진짜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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