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모처럼 드린 것이니 넣어 두십시오."
그들은 사양하는 다이가에게 그 돈을 억지로 주었다.
이 이야기가 곧 세상에 퍼져 많은 사람들이 노보리를 구경하러 몰려들었
다. 그런데 다이가는 일부러 시골뜨기 같은 모습으로 군중 속에 섞여서 사
람들이 이러니 저러니 노보리에 대해 평하는 것을 몰래 들었다. 구경꾼들
중에는 안목이 높은 사람도 있어서 비평이 자못 날카로웠다.
"과연 훌륭한 글씨이지만 아무래도 저 글씨는 약간 힘이 빠져 있는걸."
다이가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똑같은 크기의 노보리를 주문하여 고쳐
썼다. 그리고는 주문한 사람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먼저 노보리와 바꾸
게 했다. 이렇게 휘호를 바꿔 쓰기를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는 바람에 마지
막에는 받았던 백 냥이 모두 사라지고 심지어 자기 돈까지 털어 넣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그 이야기도 금방 세상에 퍼져서 다이가의 순수함과
일에 대한 열정에 감탄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고 한다
큰 붓에 먹물을 듬뿍 묻혀 금암동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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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든 노보리에 뚜렷하게 한 글자 쓰더니
뭇을 놓고 느닷없이 사례금 이야기를 꺼냈으니 부탁한 사람들이 다이가는
돈에 눈이 먼 비열한 인간이라고 욕을 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인물 평가는 잘못됐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물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행위하나, 행동 하나만을 보고
그것만으로 그 사람이 어떠어떠한 인물이라고 섣불리 결정하는 것은 위험
하다. 역시 긴 안목을 관찰하여 그런 행위와 행동을 왜 했는가를 확인한
후에 평가하지 않으면 당치도 않은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어떤 인
물이 비열한 행위를 한다고 여겨지더라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
이 일화처럼 욕을 했던 것이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경우가 많다.
즉석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억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한
인물의 가치는 그 사람의 사회적 신뢰도와도 관계가 깊기 때문에 특히 상
급자가 하급자를 볼 때는 상대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긴 안목으로 평가해
야 한다. 이것이 위의 일화에서 배워야 할 첫 번째 교훈이다.
두 번째로 배워야 할 것은 금전에 집착하지 않는 다이가의 자세다. 사례
금 백 냥을 다라고 해서 오해를 샀지만, 그것은 돈에 욕심을 부린 것이 아
니라 차 가마를 갖고 싶다는 어린애 같은 소망 때문이었다. 한 발 늦어서
가마가 팔렸으니 맥 냥이라는 큰돈이 필요 없어졌다고 어슬렁거리는 걸음
걸이로 돌아온 그에게는 우리가 따르기 힘든 순수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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